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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hool of Environment and Energy Engineering

연구성과/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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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승현 교수] <탄소중립 연속기고> 지역은 어떻게 탄소중립을 실천해야 할까

작성자지구·환경공학부  조회수1,080 Date2022-04-28
문승현 교수.jpg [11.4 KB]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량.jpg [63.6 KB]

문승현 광주과학기술원(GIST) 지구환경공학부 교수(초빙석학)


사람들에게 ‘2050 탄소중립은 가능한가'라고 물으면 흔히 돌아오는 답은 두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이런 저런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답이 하나,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해야한다는 답이 그것이다. 안타깝게도 '쉽게 가능하다'는 답은 듣기 어렵다.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어려운 이유는 궁극적 해결책이 무탄소 에너지원의 확보 여부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지구에서 확보할 수 있는 무탄소 에너지원에는 태양광, 풍력, 수력, 조력, 파력, 지열, 바이오에너지 등이 있다. 지열을 제외하면 모든 에너지가 태양에서 출발한다. 지구가 태양으로부터 받는 에너지는 전체 지구에서 소모되는 에너지의 약 5000배에 해당한다. 지구에 도착하는 태양 에너지의 0.02%만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으로 전환할 수 있다면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문제는 재생에너지 생산을 위한 투자규모가 엄청나다는 것과 생산할 수 있는 지역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지 않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에너지를 전력, 수소, 암모니아 같은 형태로 바꿔 원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데 현재의 기술로는 에너지 손실이 많고 수송비용이 많이 들어 한계가 있다. 여기서 우리는 전 지구적인 상황과 지역적 여건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인식하고, '세계를 생각하고 지역에서 행동하라'(Think globally, act locally)는 환경운동의 기본 원칙을 다시 생각하게 된다. 탄소중립을 계획하고 국제질서에 대응하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탄소중립을 실행하고 목표를 달성하는 일은 지방자치단체와 개별 기업, 국민의 몫이다.

국내 광역 지자체별 에너지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 현황을 살펴보면 전남은 에너지 사용량이 가장 많고 온실가스 배출량은 충남에 이어 2위를 기록하고 있다. 충남은 화력발전소의 전력생산을 위한 온실가스 배출이 많고, 전남은 광양제철소와 여천 석유화학 단지에서 에너지소모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음을 짐작할 수 있다.  특히 전남의 산업구조는 온실가스 감축 대상에서 배출량이 크고, 감축이 어려운 3대 분야 제철, 석유화학, 시멘트 산업 중 두 개 분야의 대표적인 산업을 포함하고 있다. 제철과 석유화학의 탈탄소화는 전남지역 탄소중립의 핵심과제이면서 국가적인 과제이기도 하다. 더욱이 석유화학산업의 일부인 정유산업은 원유기반 액체연료의 공급원이기도 하다. 그렇다면 석유산업구조 자체의 전환 뿐만 아니라 에너지산업 구조의 전환 현장이기도 하다.

제철산업은 전력생산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양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분야이다. 제철산업의 온실가스 저감은 열원으로 전기에너지와 산화물인 원료의 환원에 필요한 수소를 고려하면 탄소중립시대의 양대 무탄소 에너지원인 전력와 수소의 최대 수요처가 될 것이다. 전남은 긴 해안선과 다도해를 가진, 국내에서는 재생에너지 생산에 유리한 입지 조건을 가지고 있다. 

2020년 통계청에 따르면 전남은 약 10테라와트시(TWh)의 신재생에너지를 생산하여 전국 1위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 생산 구조를 들여다보면 신재생에너지 생산량 중, 폐기물에너지가 67%, 태양광 발전 25%, 풍력발전 5%, 연료전지 2%, 나머지는 수력발전과 바이오에너지로 구성되어 있다. 폐기물에너지는 에너지자원의 효율적 활용이라는 측면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탄소중립의 측면에서는 장기적으로 자원을 재활용하는 순환경제로 전환되어야 한다. 재생에너지의 핵심수단인 태양광과 풍력을 살펴보면, 전남의 태양광발전은 2.6TWh로 전국 생산량의 20%로 1위이고, 풍력발전은 0.49TWh로 지자체별로는 4위, 전국 생산량의 18%를 차지하고 있다. 이러한 산업구조와 온실가스 배출, 신재생에너지 생산 여건을 고려하면 전남은 우리나라 탄소중립을 위한 신산업과 미래 에너지 산업구조로 전환하는 혁신 모델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역에서 준비하고 실천해야하는 탄소중립 정책에는 무엇이 있을까? 우선 구체적인 일정과 함께 정량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 탄소중립위원회의 발표에 의하면 탄소중립을 위해100GW의 풍력발전과 400GW의 태양광발전이 필요하다. 전남 지역에서 폐기물 에너지를 제외한 주요 재생에너지인 태양광발전과 풍력발전은 2GW 수준으로 추정된다. 전남에서 무탄소 전력생산을 전국 생산량 대비 현재의 수준인 20%를 유지한다면 100GW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필요하다. 지역으로서는 매우 도전적인 규모이다. 부지활용의 효율성과 에너지 전환 효율을 포함하여 지역단위에서도 탄소중립의 목표와 실행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함을 알 수 있다.

그 다음으로는 수소경제로의 이행이다. 탄소중립에서 수소는 수송과, 연료전지, 제철산업의 핵심에너지원이다. 이를 위해 무탄소에너지원에 의한 수소생산은 필수적이다. 탄소중립에 필요한 수소 소비량 예측과 전남지역의 에너지 현재 에너지 소모를 고려하면 600만t 이상의 수소가 필요하다. 다만 탄소 배출이 전혀 없는 '그린수소'의 국내 생산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인다. 지역 산업에 필요한 수소 공급량을 추산하고 자체 생산 목표와 수소 수입원을 확보해야 한다. 그린 수소를 수입할 경우에는 수송비, 유통비용, 관세 등 에너지 비용외 부가 비용이 발생할 수 있음을 고려해 수요를 최소화해야 한다.  현재 수소경제는 지나치게 수소 활용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수소 생산을 우선적으로 확대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는 석유화학산업의 전환이다. 이미 원유 기반의 화학산업 일부가 천연가스로 전환되고 있다. 에너지원으로서 석유산업은 최소화하고 산업원료나 생필품 공급을 위한 화학산업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여기에는 플라스틱 제품의 재활용과 바이오공정의 도입도 필수적인 방향 전환이다. 또 석유화학산업에서 생산되는 부생수소 외에 수소생산이 가능한 석유화학 경로도 개발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지역의 혁신산업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자체적인 인력과 기술을 최대한 확보해야 한다. 지역내 대학과 연구기관을 에너지 기술별 특화 센터로 육성해야 한다. 많은 기술과 인력이 확보되어 있을 때 지역 기반의 산업이 육성될 수 있다.  정보 확산도 필요하다. 기후위기 현황과 대응, 신재생에너지 기술의 설치와 이용, 초중고 수준의 교과 과정에 맞춰진 탄소중립 기술 입문 교육이 필요하다. 중소중견기업의 탄소중립 기술 도입에 필요한 산업별 지침서를 제작하여 배포하고 개발되고 있는 혁신기술을 지속적으로 소개해야 한다.

산업혁명이 시작되기 전인 200년 전과 지금의 에너지 사용량을 비교하면 지구 전체로는 약 30배 증가했고 인구 1인당 소비도 약 4배 증가했다. 탄소중립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는 지금도 증가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의 에너지 사용을 한 사례로 지적한다. 여러 경제학자들이 개인별 에너지 소비의 감소없이 탄소 중립을 이룰 수 없다고 분석한다. 기후경제의 규범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는 유럽연합(EU)이 이미 발표한 탄소국경조정제도, 'RE100'(사용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사용, 녹색 분류체계(택소노미) 외에도 유럽과 교역하는 전 세계 기업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를 국제 표준화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모든 문제 해결의 시작이 탄소중립이다. 지역경제의 미래는 탄소중립의 실현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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